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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친화적 인간

작년 1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2018년 12월,10년간 사역을 한 교회를 사임하였습니다. 교회는 많지만 대형교회 사역을 하고 나오니 막상 갈 교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른 큰 교회를 가서 예배를 드렸더니 아는 분들이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동네 교회를 가려니 갑자기 낯선 목사가 왜 우리 교회를 와서 예배를 드리나 하고 눈치를 주는 것 같아서 갈 수 가 없었습니다(아마도 신천지 여파로). 그래서 제 아내가 사역을 하는 교회에 나가 지금까지 다니면서 119 목사로 은혜 충만 받고 다니고 있습니다(119 목사는 협동목사로 언제든지 사역이 필요한 곳에 즉시 투입되는 뭐 그런 형태입니다).


그런데 작년 1월에 북한선교 사역을 하는 개척교회 목사님 한 분이 안식월 3개월을 하면서 4주를 제게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매우 기쁜 마음으로 4주 연속 강서구의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남북성도 공동체에 주일 예배 설교를 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마지막 4주째 설교를 하러 가는 날, 예배를 마치고 제가 단골인 떡볶이 집에 갔습니다. 지금은 송파에 살고 있지만 2년 전까지 오랫동안 강서구 염창동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일주일에 2번은 꼭 들리는 곳인데 할머니 한 분이 직접 운영하시는 떡볶이 음식점입니다. 떡볶이 매니아인 저는 오랜만에 이 곳을 반드시 들러야겠다는 일념으로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하라고 하는 성도들의 권유를 다 뿌리치고 이 곳으로 직행하였습니다!


이사하고 오랜만에 방문하는 터라 할머니도 반가워 하셨습니다. 저 역시 반갑게 인사하고 난 뒤 떡볶이 1인분, 어묵 1인분, 그리고 순대 1인분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은 저하고 주문하러 온 아저씨 한 분이었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시는 겁니다.


- 여보세요?...아 등촌교회? 응응 내가 금방 갖다 드릴께...응 고마워유!


옆 동네 등촌교회 주일학교 유치부 교사회에서 점심 대신 떡볶이를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고 포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식당에는 할머니 사장님 저 그리고 주문하러 온 아저씨 한 분, 총 3사람만 존재하였습니다. 갑자기 사장님 할머니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다음은 사장님과 저의 대화 내용입니다.


- 목사님! 가게 좀 잠깐 보고 계세요. 나 배달 좀 댕겨 올깨유!

- 네?????? 손님 오면 어쩌려고요??????

- 아 그럼 목사님이 팔아야지!

- 네?????????????(거의 기절각)

- (옆에 계신 손님 크크 하고 웃다)


저는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진짜 제가 장사하면 어쩌나???...참 바보 같죠? 사장님이 잠시 가게를 봐 달라고 하는 건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 할머니! 그 배달 제가 갈께요!

- 엥? 목사님이 어떻게 배달을 가요? 말도 안돼!

- 내가 음식 파는 것이 더 말도 안돼요! 등촌교회 제가 아주 잘 아는 교회니까 제가 다녀올께요!!!


할머니는 방법이 없어서 마지 못해 제게 맡겼습니다. 그 때 저의 드레스 코드는 양복에 코트를 입은, 제가 차려 입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정장 컨셉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손에는 떡볶이와 순대를 담은 비닐봉다리! 얼른 뛰어서 등촌교회 유치부에 배달을 완료했습니다. 난생 처음 경험한 배달사건입니다. 오며가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가 먹은 음식을 계산하려니까 할머니께서


- 목사님! 내가 오늘은 음식값 못받아요. 신세를 졌는데 내가 어찌 받아?

- 그럼 이건 알바비?

- ㅎㅎ 맞아. 알바비! 이거로 퉁치자고요.


요즘에도 그 지역에 가는 날이 있으면 이 떡볶이 집을 들리곤 합니다.

저는 동네 친화적 인간입니다. 동네 가게를 들리면 아주머니들과 대화를 종종 합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이모, 엄마하고 대화 하듯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러면 이 분들이 종종 저의 직업을 물어봅니다. 도대체 뭐하는 양반인가 하고요. 저는 짖꿏게 다시 물어봅니다. 내가 뭐하는 사람 같으냐고...


그럼 거의 대부분 교사? 아니냐고 합니다. 저는 웃으면서 저 목사에요 하고 대답을 하면 거의 반응이


- 아~~~~~ 어쩐지 목사님 같더라!


요즘 코로나19 시대 교회와 목사는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어느 시대도 교회를 좋아하고 환영하는 시대는 없었습니다. 진리를 선포하는 교회를 어둠의 세력들이 좋아할 턱이 없습니다. 사실 교회의 혐오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물론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면예배 드리는 교회로 인해 할 말은 없지만,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곳은 아닙니다.


그래서 목사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고 교회 리더십의 역할이 무지막지하게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를 교회 안에서만 소화하는 자가 아니라 이웃에게 관심을 돌려 동네 친화적인 존재로 탈바꿈하는 변화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코로나19로 발생한 교회 혐오를 극복하는 길은 구구절절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옆 이웃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관심갖고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교회를 동네 친화적 교회 라고 불러 볼까요?

옆집 식당에 배달 할 사람이 없으면 오늘 목사님 한 번 배달 서비스 해 보세요!

옆집 식당에 파리가 날리면 마스크 철저히 하고 교회 성도님들 아침 점심 저녁 순번 정해서 밥 한끼 팔아주고 오세요!

교회 택배 종사자 분들이 방문하면 시원한 음료수 반드시 제공하고,

더우니까 양복, 넥타이 벗고 동네 마실나가서 도와 드릴 일 없는지 동네 심방, 목사님들 한 번 하시면 어떨까요?


선교적 교회는 말로, 이론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나가서 가장 힘든 이 때에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이웃의 상처를 찾아 내는 것이 선교적 교회의 시작입니다. 이 곳 저 곳 한국교회 목사님들이 교회 안에서만 머물지 말고 마스크 철저히 하시면서 몸으로 전도할 수 있는 동네 친화적 목사가 되어 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주님이 구원할 자 만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일상의 복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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